헬라어 소유격 해석상의 오류 – 성경은 성경을 통해서 해석해야

우리가 읽는 성경번역본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헬라어 신약성경에서 소유격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로마서 3:22 말씀중 “디아 피스테오우스 이예수 크리스투” (διὰ πίστεω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개역개정: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란 문구가 대표적이다. 듀크대학교의 리차드 헤이즈 교수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통하여”라고 번역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소유격으로 표현된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상으로 주격인 것으로 보며, 이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소유한 믿음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문법상 맞는 해석처럼 보인다. 이를 따라서 New English Translation(NET), International Standard Version(ISV), 다비성경, 웨슬리신약성경 등은 이 문구를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다 보니 어떤 학자들은 여기서 명사 ‘피스티스(πίστις)’는 ‘믿음’이 아니라 ‘신실함’이라고 번역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게 된다. 실제로 NET 나 ISV 는 명사 ‘믿음’을 ‘신실함’이라고 번헬라어 소유격 해석상의 오류역하고 있다. 그러면 22 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함을 통하여 모든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의가 미친다는 뜻으로 된다. 언뜻 보면 이 번역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생각될 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 해석은 보편구원론자들이 지지하는 해석으로서 큰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가지신 신실하심을 바탕으로 의롭게 된다는 의미로 와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해석의 또 다른 오류는 문자적 해석에 집착하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로마서 5:18 의 “판타스 안쓰로우푸스”(πάντας ἀνθρώπους, 모든 사람)를 문자적으로 ‘전 인류’를 가리킨다고 이해하며 보편구원론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모든 사람”은 문자적으로 “모든 사람”이 아니라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 절의 문맥상 맞는 해석임이 자명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로마서 3:22 에서 “디아 피스테오우스 이예수 크리스투”(διὰ πίστεω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도 신약 전체의 문맥에서 이해해야 바른 해석이 될 수 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2:16 에도 똑같은 문구를 쓰고 있다. 바울은 이 절에서 “디아 피스테오우스 이예수 크리스투” 문구에 바로 이어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바울은 독자들이 “디아 피스테오우스 이예수 크리스투”에서 소유격으로 표현된 “이예수 크리스투”를 목적격적 소유격으로 이해하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여 바울은 로마서 3:22 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인하여 모든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의가 이른다는 것을 의도한 것이다. 사실, 신약의 어떤 구절도 ‘예수’가 ‘믿음’의 주어로 표현된 곳은 없다. 예수님은 항상 우리 신자들이 믿는 믿음의 대상인 것이다. 이 점에서 보편구원론이 주장하는 헬라어성경상의 문법적인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단번에 우리를 위해 구속을 이루셨으므로 누구든지 예수를 믿는 자에게 하나님의
의가 이른다고 말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헬라어 성경 번역에 있어서 지나치게 문법과 문자적 의미에 집착한 해석 오류가 잘못된 교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해석에 있어서 원어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경 전체의 문맥을 고려하여 특정 문구를 해석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개혁가들은 성경해석의 원리로서 성경말씀을 통해서 성경을 해석해야 (Scripture interprets Scripture) 된다고 가르쳤다. 이 원칙은 우리시대에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성경 해석의 원칙이다.
김동수박사 (바울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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